2021년 6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같은 초등학교에 근무하던 초임 교사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학교 측이 교육청에 보고한 사망 원인은 두 명 모두 단순 추락 사고였지만, 유족 측은 두 교사가 사망 직전까지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학교 측의 책임 회피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 MBC의 보도에 따르면 사망한 이모 교사는 2016년 경기도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 부임했고 이듬해 고 김모씨가 부임했다고 한다. 2021년에는 각각 5학년 3반과 4반 담임을 나란히 맡았지만, 김씨는 그해 6월, 이씨는 12월에 생을 마감했다.
김씨의 부모는 인터뷰를 통해 “학생들이 서로 뺨 때리며 싸우는 걸 보고 애가 충격을 먹었다”며 “그 뒤로 집에 오면 자기 침대에 앉아서 계속 ‘그러면 안 돼. 그러면 안 돼’하며 중얼거렸다”고 말했다. 당시 김씨는 사직서를 냈지만, 학교 측은 만류했고, 김씨를 음악 전담 교사로 발령했다고 한다.
1년 뒤 다시 담임을 맡은 후 김씨의 불안이 더욱 커졌다는 부모는 “학부모에게 퇴근 후에도 전화 받는 모습을 수시로 봤다”며 “애가 어쩔 줄 몰라서 계속 사과했다. 전화 받는 걸 굉장히 두려워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생전에 남긴 일기장에 학생들 간 폭력, 생활지도 스트레스, 학부모 민원에 대한 시름이 적혀 있었다. 일기장에 ‘애들이 내 머리 위에 있어’ ‘내 탓이 아니야, 내 탓이 아니야’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등의 문구도 보였다.
김씨 부모는 딸이 5학년 담임을 맡은 지 4개월이 됐을 당시에 대해 “이미 우울증이 발병된 이후였다”며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학교 문제다’라고 말했지 다른 얘기는 일절 없었다”고 설명했다.
고 이영승씨의 부모는 이씨가 부임 첫해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이씨의 아버지는 “페트병을 자르다가 어떤 애가 손을 다쳤는데 학부모가 성형수술을 해야 한다며 아들에게 보상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듬해 이씨는 휴직하고 입대했지만, 학부모는 군인인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보상 요구를 지속했다. 학교 측이 입대한 선생님에게 책임을 미뤘다고 주장하는 이씨의 아버지는 “학교에서 군대로 연락했다”며 “학부모한테 전화가 안 오게 하거나 치료비를 주는 등 아들이 직접 해결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씨가 5학년 담임을 맡은 2021년에도 문제는 발생했다. 당시 교무부장은 인터뷰에서 “그 반에 장기 결석 학생이 한 명 있었다”며 “그 학생의 부모와 수시로 통화하고, 관리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가 해당 학부모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는 400건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학급 내 따돌림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따돌림당한 학생의 부모는 당시에 “‘왜 내 아이만 당해야 하냐’ ‘선생님은 그걸 아시면서도 왜 그렇게 처리하셨냐’고 따졌다”며 “가해 학생을 공개 사과시키라고 요구했다”고 답했다.
이씨가 ‘학생에게 공개 사과를 시키는 건 힘들다’고 답하자 피해 학생 부모는 학폭위를 열겠다고 했다. 이씨는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해당 학부모는 “내가 욕은 안 했지만 엄청 화내고 있었을 것”이라며 “‘선생님은 우리 아이를 버리셨냐’고 한 말에 조금 상처받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