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오이 빼달라 했는데 넣어놨네요. 요청사항 좀 읽어주세요” 서울 동작구 한 분식집의 배달 앱 리뷰에 올라온 글이다. 이 리뷰에 점주는 ‘사장님 댓글’로 “너무 너무 좨송합니다(죄송합니다). 너무 큰 실수를 햇내요(했네요). 앞으로는 조심 또 조심하갰읍니다(조심하겠습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라고 적었다. 서툰 맞춤법에도 사과의 표현이 가득 담긴 이 ‘사장님 댓글’은 노부부가 한자씩 어렵게 입력한 글이라고 한다.
24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 ‘배민 리뷰 보는데 사장님이 연세 있어 보이면 마음 아파’라는 제목으로 이런 내용의 ‘사장님 댓글’(고객 리뷰에 점주가 직접 다는 댓글)을 캡처한 사진이 올라왔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3번 출구 인근에서 ‘대박분식’을 20여년째 운영하고 있는 노부부가 ‘사장님 댓글’의 주인공이다.
이 분식점의 배달 평점은 4.7~5점정도로 높은 편인데, 리뷰에는 어쩌다 음식이나 배달에 대한 불만글이 올라왔다. 노부부는 이런 리뷰를 무시하지 않고 하나하나 댓글을 달았다. 냉면을 시킨 한 손님이 “냉면에 육수가 없고 면은 다 불었다. 실망이 너무 크다”고 하자, 점주는 “너무 좨송합니다(죄송합니다). 다음엔 육수 만이 드릴개요(많이 드릴게요)”라고 답했다.
점주는 이 리뷰에 연이어 댓글 달고 “또 주문 안하새요(안 하세요)? 재가(제가) 원하시는 매뉴(메뉴) 하나 더 드리고 십은대(싶은데) 다음에 얘기 꼭하새요(하세요). 그래야 재가(제가) 기역(기억)하니까요. 너무 좨송했읍니다(죄송했습니다)”라고 적었다. 손님에게 정성 어린 사과를 하는 것으로 부족해, 다음 주문 시 무료 음식을 주고 싶다는 마음을 전한 것이다.
국수 맛과 양에 놀랐다는 리뷰에는 “요새 우울한대(한데) 조은(좋은) 리뷰 감사하고 고맙읍니다(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맛잇개(맛있게) 해드리고 양도 만이(많이) 드리겠다. 조금 실수가 있더라도 잘 부탁드린다”고 답변했다.
이 ‘사장님 댓글’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자 네티즌들은 “노부부 사장님에 마음이 아프다” “리뷰를 보는데 괜히 눈물이 핑 돈다” “사장님 마음이 너무 잘 전해진다” “돈쭐 내드리고 싶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그 변화를 따라가기에 버거워하는 어르신들도 계신다. 조금 더 여유있고 따뜻한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